1. 예루살렘(Old City of Jerusalem)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로서 이들 신도들이 꿈에도 잊지 못할 신앙의 고향이다. 예루살렘은 다윗 대왕이 원주민 여부스족을 물리치고 세운 도시로 시온 산성 또는 다윗성(City of David)이라고 불렀다(삼하 5:7-9). 예언자들은 예루살렘을 “하나님의 성”, “거룩한 성”, “아름다운 성”, “평화의 성”이라고 불렀다. 예루살렘은 그 말 자체는 평화의 도시(ir= 도시, shalom= 평화)를 뜻하기도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3천 년 전 다윗 왕국의 수도로 세워진 이래로 수많은 침략자들에 의해 다스리는 자들이 바뀌고 주민들은 쫓겨나는 험난한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주전 37년 헤롯대왕이 로마제국의 힘입어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통치하면서 성전터를 확장하고 주전 20년에 다시 성전을 지었다. 또한 오늘날의 욥바 성문에 화려한 궁전성을 세웠다. 헤롯 아그립바(Herodes Agrippa) I세(주후 41-44년)가 북쪽으로 도시를 더 확장시켰고 소위 제3의 성벽을 만들었다.
66년 로마에 대항하여 유대반란이 일어나자 70년에 로마 장군 티투스(Titus)가 4개 군단과 성을 함락시킬 수많은 공격무기를 가지고 예루살렘 성을 포위하였다. 그가 성전산과 궁전 성을 함락하기까지는 반년이 걸렸다. 결국 주후 70년 9월 26일 예루살렘 성은 철저하게 파괴되고 함락되었다. 로마에 있는 티투스 개선문은 이때의 승리를 기념하여 세워진 것이다. A.D. 130년에 로마 황제 하드리안누스(Hadrianus)이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이 성의 재건을 명령하였다. 파괴된 성전 터 위에 제우스 신전이 세워졌다. 그리고 132년에 제2차 유대반란이 터졌고 로마제국은 135년에 철저히 진압하였다. 예루살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이때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칙령을 내려 유대인들의 예루살렘 출입을 금지하였고 예루살렘을 ‘아엘리아 카피톨리나’(Aelia Capitolina, 천민들이 사는 도시)로 이름을 바꾸어 버렸다. 제2차 유대반란(A.D. 132년)때 유대교의 유대인들과 기독교의 유대인들이 완전히 분리되었다. 그 이유는 유대교의 유대인들은 ‘바르코흐르바’를 메시야로 믿고 따랐고 기독교 유대인(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콘스탄틴 황제 때 예루살렘은 기독교 도시가 되었고 그의 어머니 헬레나(Helena) 황후와 그리고 나중에 유스티안 황제(A.D. 527-565)와 오이도키아(Eudokia) 황후가 예루살렘에 교회의 건축을 명하였다.
예루살렘은 십자군 전쟁(1095-1229) 등 지금까지 20번 이상 무력에 의해 주인이 뒤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거의 10번이나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는 수난을 겪었다. 1243년 이래로 예루살렘은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 모두에게 개방된 도시가 되었다. 지금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사람과 아랍인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아랍인들은 주로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으며 이들은 1967년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에게 동예루살렘(구, 예루살렘)을 뺏긴 이래로 이스라엘 사람들과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다.
예루살렘은 해발 700-800m 높이의 산악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모리아 산이 예루살렘 지역 안에 놓여있다. 현재 이스라엘 국가의 상징적 수도인 예루살렘은 성서상의 구 예루살렘 성(Old City)과 19세기 말 이후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신예루살렘(New City)으로 구분된다. 신예루살렘은 구 예루살렘의 서편에 있어서 사람들은 신예루살렘을 서예루살렘으로 부르고 구예루살렘을 동예루살렘이라 부른다.
지금의 구예루살렘성은 오스만 터키의 지배 당시인 16세기 중반(1542년)에 황제 슐레이만(살레만) 1세가 쌓은 사방 1Km, 전체 길이 4K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의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5m에서 20m에 이르고 면적은 1km²(약 30만 평)가 된다. 11개의 성문중에서 7개는 통행에 이용되고 있으며 4개는 폐쇄되었다. 현재까지 출입문으로 이용되고 있는 7개의 성문들은 그 모양이 서로 특이하다. 성문 주위에는 서로 다른 조각을 해놓았으며, 성문 바로 위에 망대를 설치하고 수직으로 틈을 내어 밖을 내다보고 활을 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설계가 아주 훌륭하다. 성벽 위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으며 성문마다 오르내리는 계단을 성벽 안쪽으로 만들어 놓았다. 성벽 위를 걸어서 돌아오는데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신예루살렘은 구예루살렘 주변에 예루살렘성의 100배의 크기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19세기쯤부터 예루살렘 주민들이 좁은 도성을 벗어나 신도시를 건설하였고 1948년 5월 이스라엘의 독립을 계기로 급속도로 신시가지가 확장되었다.
예루살렘은 ‘황금의 도시’이다. 그 이유는 해가 질 즈음에 도시 전체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 당시 예루살렘 성을 요르단으로부터 합병한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을 신축하는 모든 건축물에 이곳 특유의 베이지색 돌만을 이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예루살렘의 돌 건물들은 아침 햇살과 석양빛을 반사하여 시가지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구 예루살렘은 교통수단이 신 예루살렘과 전혀 다르다. 구도시의 도로는 예수님 당시의 좁은 길이며 미로와 같이 구불구불해 조랑말이 운송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구 예루살렘은 지금은 네 구역으로 나뉘어 기독교 구역, 유대인 구역, 아랍인 구역 그리고 아르메니안 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하며 중동 정세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준비를 국무부에 지시하고, 7일에는 유대계 인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를 축하하며 논란을 더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예루살렘 문제의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아랍국가들 전체가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알자지라, 예루살렘포스트 등의 외신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할 수 없는 조치들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모든 노력을 고의로 훼손한 것이며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평화를 지지하며 맡아온 역할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또한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것은 전 세계 무슬림을 자극하는 위험한 도발”이라고 우려했다. 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발언은 당사자인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아랍국가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은 예루살렘이 이슬람교에서 가지는 ‘성지’(聖地)로서의 상징성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하나의 신, 두 개의 민족, 세 개의 성전”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종교와 민족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루살렘이 이슬람교의 성지가 된 것은 창시자인 무함마드와 관련이 있다. 유대교의 영향을 받았던 무함마드는 유대교 경전인 모세오경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이슬람교의 경전으로 포함시켰고 아브라함, 노아, 예수 등 유대교 경전과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위대한 예언자로 존중했다. 때문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초기 이슬람교 최고의 성지이기도 했으며, 이슬람교도들도 기도할 때 메카가 아닌 예루살렘을 향해 절을 했다. 이는 향후 무함마드가 유대교 지도자들과 갈라서고 아랍 부족을 포섭하면서 메카를 제1 성지로 선언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또한 예루살렘은 무함마드가 승천해 신을 만난 장소로 여긴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천사 지브릴(가브리엘)의 도움으로 메카에서 예루살렘을 경유 해 천국에 올라 옛 예언자들을 만난 뒤, 신에게 계시를 받고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무함마드가 예루살렘에서 하늘로 승천해 알라를 만나고 왔다고 주장하는 중요한 성지이기 때문에, 예루살렘을 성스럽다는 뜻의 아랍어인 ‘쿠드스’라고 부른다. 무함마드가 승천을 했다고 여겨지는 장소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성전산 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구역에는 알앜사 모스크가 세워져 전 세계 이슬람 교인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현재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아르메니아인 구역으로 4분할 되어있으며 이슬람교 구역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독교, 이슬람교, 성전산(Temple Mountain), 유대교, 아르메니아인(그리스 정교회) 구역이다.
예루살렘은 역사적으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3개 종교로 분할돼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개 국가로 분할돼있으며, 법적으로는 그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다. 2차대전 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유엔은 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어느 쪽의 영토도 아닌 별개의 구역으로 지정하는 결의안 181호를 발표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1980년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어떤 구성원도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한 적은 없다. 게다가 동예루살렘은 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향후 독립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도로 예정돼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다수 건설하고 확장하며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침범해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발언함으로써 유엔의 결정, 미국의 기존 중동정책을 비롯해 분쟁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의 입장도 완전히 무시한 채 이스라엘편을 든 셈이다.